도시의 가로수와 사찰의 풍경에서 쉽게 마주치는 은행나무.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는 이 나무가 사실 지구 역사의 수많은 격변을 견뎌낸 유일한 ‘살아 있는 화석’임을 종종 잊곤 합니다. 2억 8천만 년 전부터 모습을 이어온 은행나무는, 자연계의 대멸종과 기후 변동, 인간의 도시화 물결까지 한 세기도 아니, 1억 년도 넘게 버텨왔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은행나무는 국제적으로 ‘멸종위기’ 등급에 놓여 있습니다. 사람들의 손에 의해 전 세계 도시에 심겨 ‘흔해 보이지만’, 자생지는 이미 극히 희귀해졌고 자연 번식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 강인한 생명력이 빛을 잃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은행나무 멸종위기의 배경과 본질, 그리고 우리가 지금 이 나무를 어떻게 이해하고 지켜야 할지 세 가지 주제로 깊이 있게 고찰해봅니다.
멸종위기의 한 종만 남은 은행나무, 고립된 진화의 아이러니
은행나무는 식물 분류학상 ‘문’에서 ‘종’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가 오직 하나, 은행나무(Ginkgo biloba)만 살아있습니다. 고대에는 다양한 은행나무속 식물이 있었으나, 대멸종과 빙하기를 거치며 동료 종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오늘날 살아남은 은행나무는 사실상 자연계의 마지막 계승자이며, 야생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는 개체군은 중국 일부 극소 지역에만 한정돼 있습니다. 대부분은 인간이 심은 가로수와 공원수가 전부입니다. 이처럼 유일한 종이 된 이유에는, 번식의 어려움과 종자 확산을 돕던 고대 동물들의 멸종, 기후대 변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합니다. 은행나무의 종자에는 독특한 냄새와 독성이 있어 새로운 땅으로 확산이 어렵고, 대규모 번식 역시 힘든 구조적 한계를 지녔습니다. 이로 인해 은행나무는 분류학적으로도, 생태적으로도 가장 고립된 나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전국 곳곳에서 쉽게 보는 가로수 은행나무는 모두 인간의 손길에 의존한 결과물입니다.
멸종위기 원인, 유전자 다양성 상실과 번식의 제한
은행나무가 멸종위기로 분류되는 데에는 그 유전자 다양성 상실의 심각함이 있습니다. 쓰촨성을 비롯한 몇몇 중국 지역 야생 은행나무 집단은 근친번식에 크게 취약해, 동일 유전자가 반복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곧 병충해나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힘이 약화됨을 뜻합니다. 인간이 도시의 환경미화나 문화적 상징으로 은행나무를 대량 식재했지만, 이들 대부분도 동일 유전자를 가지기 쉽고, 자연 번식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은행나무 씨앗은 무겁고 냄새가 강해 동물에 의해 확산되지 않고, 야생에서는 발아 성공률이 낮습니다. 한편 환경개발,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감소도 유전자 교환과 다양한 개체군의 유지에 큰 장애가 됩니다. 그 결과 자연상태의 은행나무 집단은 점점 더 고립되고, 미래 생존 가능성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인류와 은행나무의 공존, 보존, 복원 그리고 문화적 의미의 미래
은행나무는 단순히 오래된 나무만이 아닙니다. 불교, 유교, 그리고 동아시아 신화 속에서 길상과 영원함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으며, 대기 정화, 도심 녹음, 의료적 용도 등 실용성도 아주 높습니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서는 천연기념물 지정과 보존원, 수목원에서 유전자원 보호 등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같은 고사목은 수백, 수천 년을 이어온 역사와 생명의 연결고리가 되었고, 일부 국가에서는 약효 성분 추출과 유전적 다양성 확대를 위한 연구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보존을 위해서는 자생지의 자연 번식 촉진, 유전자원 다양성 회복, 도시 가로수에 국한되지 않는 장기적 생태 복원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이 존재가 사실상 ‘지구 역사의 마지막 증인’임을 기억하는 태도 역시 필수적입니다. 미래 세대가 은행나무를 자연 속에서, 거리와 사찰에서 그대로 만날 수 있도록 지금부터의 노력이 더욱 절실합니다. 은행나무의 진짜 멸종 위기는, 무심코 지나치는 우리의 시선 속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손으로만 이어지는 은행나무의 생존이 아닌, 자연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번식하는 진정한 생태의 복원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일 것입니다.